2008년 08월 18일
블런켓 장관님께
* 내 심정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는 느낌...!!!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봐야겠다.
※ 이 글은 영국의 종합중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교사가 2000년(?) 11월 6일자 더 타임즈 교육신문(The Times Educational Supplement)에 익명으로 기고했던 글을 옮긴 것이다.(이병곤)
블런켓 장관님께
저는 1976년부터 교직에 몸을 담아 왔고, 올해로 마흔 여섯 살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 노동당 정부가 훌륭한 교육 체제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모든 진보적인 노력에 대해 흠만 잡고 있기에, 제 자신이 교무실에서 지독하게 빈정대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22년 동안 교사로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기에 저는 좋았습니다. 그 동안에 저는 중등교육자격시험(CSE)을 소개했고, 졸업자격 시험제, 일반중등교육자격시험(GCSE), 그리고 난 뒤 중층일반중등교육자격시험(tiered GCSE) … 그리고 지금은 A레벨에 관한 새로운 법령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요. 저는 제가 가르치는 과목과 관련해서 일일이 기억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지도안을 작성해 왔고, 그리고 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폐기 처분해 왔습니다.
저는 (정부에서 하라는 대로) 유연한 학습법, 개별화 학습, 국정 교육과정, 적극적 학교 규율, 맨파워 서비스 커미션, 기술 및 직업 교육에 대한 발의, 전국 일반 직업훈련 자격증(GNVQs), 학교운영위원회 등등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습니다.
또한 저는 (정부가 강조하고 나선) 문해력을 강조했으며, 형식적 문법 교수이론을 덤덤한 마음으로 지지했으며, 문법 교수를 다시 도입했고, 문해력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저는 지금 현재 수년간 행동 교정 분석과 통제 방법론을 통해 개발된 '적극적인 학교 규율 기술'을 실제에 적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일반중등교육자격시험(GCSE) 과정을 가르치기 때문에 교과과정 심사관이 되었습니다. 저는 교육학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교육학 디플로마 학위도 끝냈고, 특성화 교과 교사 자격증도 갖추었며, 학사 학위를 받은 뒤 1년 동안 교육대학원을 다니며 따낸 교원 자격증(PGCE)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교직에 필요한 공부를 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학비를 부담했을 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과 함께 보냈어야 할 귀중한 휴가 기간까지도 투자했습니다.
저는 방과후에 받아야 할 그 어떤 현직 교육(in-service training) 프로그램에도 빠진 적이 없었으나 피치 못할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 수업을 빼먹으면서까지 현직 교육을 받지는 않겠다고 스스로 선을 긋기도 했지요. 이렇게 해서 저는 컴퓨터 문맹에서 벗어나 기술 애호가가 되었으며, 이 기술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별다른 보상 없이 학교 수학 여행을 이끌거나 야간 업무를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는 학교에다 책이나 다른 교육 자료들을 사주기도 했고, 사친회 모임과 학교기금 모금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도 하면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를 도와나갔습니다. 저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모든 종류의 도움을 주고 있으며, 예전의 제자들에게 아직까지도 편지를 보냅니다.
저는 저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을 해주는 여러 유형의 전문가들로부터 평가받기도, 장학검열을 받기도, 관찰 대상이 되기도, 면접을 받기도, 꾸지람을 듣기도, 그리고 욕을 얻어먹기도 하면서 지내왔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장학관들은 그들의 보고서 안에서 그럴듯하게 존재합니다만 그 사실로 인해 제 봉급이나 직책에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기에 저는 그러한 경험을 정말로 증오합니다.
제가 말하려는 핵심은 이렇습니다. 제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써 제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봉급 상한 액수에다 고작 2 포인트를 추가로 얻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죠. 거기에서 제 월급은 더 이상 오르지 않았답니다. 그것은 제 능력과 노력에 비해볼 때 그다지 충분한 대가는 아니었지만 제 호봉보다 한번도 더 높이 올라간 적이 없는 주변의 훌륭한 교사들을 보면 저는 오히려 너무 큰 행운을 잡은 셈이라고 할까요. 저는 더 이상 승진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오직 젊은 교사들에게만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특권이 허용된 것처럼 여겨지니 말입니다.
저는 39살의 할아버지를 둔 14살 짜리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가족은 벌써 4대째, 혹은 5대째를 계속해서 실업자인 상태로 살아가고 있어 경찰들조차도 '통제 불가'라고 포기한 집안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12살부터 성행위를 시작하며,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절어 살아갑니다. 우리는 그 아이들을 겨우 관리해 나가고 있으며, 아이들은 몇 가지 시험에 겨우 통과를 하긴 하지만 끝내는 직업을 가지지는 못합니다. 일자리가 아무 것도 없으니까요.
제가 근무하는 방에는 카펫도 없고, 가구들은 부서져 있습니다. 심지어 저는 늘 한 곳에서만 업무를 볼 수도 없어 이쪽 저쪽으로 옮겨다니는 형편입니다. 제 사무실은 교무실에 있는 의자 한 개가 전부이고, 개인 전화라든가 컴퓨터 모니터도 없습니다. 창문과 지붕엔 금이 가 있고요. 겉보기에 화사한 전시물들이 벽에 난 구멍을 가려주고 있습니다. 겨울엔 춥고 여름에 너무 덥죠. 학교 건물은 곧 무너질 것 같고, 설계도 불편하게 되어 있으며, 최근까지 석면포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어떤 반들은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와글대는데, 그들은 모두 개별적인 관심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특수교육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저는 지난 몇 해 동안 제대로 된 한 질의 교재도 갖고 있지 못했으므로 제 개인 시간을 써가면서 복사를 하거나 학습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만약 아이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게 되면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부적절한 아동관리 기술로 인한 제 실책이 되는 것이죠.
저는 단지 교사가 되었다는 이유로 언론이 호통치는 소리를 들어왔으며, 학부모들은 저를 책망하고, 학교 경영자들은 압력을 가해왔고, 정치가들로부터는 모욕을 받아왔습니다. 그렇게 하는 동안 저는 풍부한 재정 지원과 수준 높은 교육 체제를 갖춘 '새로운 예루살렘'을 희망하면서 노동당에 표를 던졌던 것이죠. 이제 곧 우리 학교에서는 한두 명의 '슈퍼 교사'들, 또는 수학과를 졸업한 신규 교사에게 많은 월급을 제공하겠지요.
초롱초롱한 눈빛의, 열의에 찬 대입 준비반 학생이 저에게 와서 "교사가 될 거예요" 하고 말할 때마다 저는 정직하게 이렇게 대답해 줍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거라. 네가 뭔가 다른 가치로운 경력을 가진다면 교직보다 더욱 만족할 것이다. 그뿐이니? 기능직으로 나가면 더 많은 돈을 번단다." 그러니 자기 자식에게 교사가 되라고 부추기는 교사는 거의 없지요.
저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면서 크리스 우드헤드(학교 장학을 담당하는 장학청의 최고 책임자로서 교사들의 원성을 높이 사고 있는 인물임)가 묘사한 것과 같이 무능력한 교사를 본적이 한번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의 아이들을 성심껏 돌보는 동료들을 많이 보았고, 만약에 적시에 교직을 떠났더라면 그들이 고른 학교 밖의 다른 전문 직종에서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었던 동료들도 여럿 있습니다.
저는 늘 지친 교사, 수업을 하다가 아이들에게 매일같이 모욕을 받는 교사, 그 누구로부터 아무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교사들을 바라봅니다. 저는 지쳤습니다. 정말로 지쳤습니다. 가르치는 일이란 다른 이들을 돕는 성직이라고 느꼈건만 막상 하루 일과가 끝나는 때가 되면 그만 --- 가르치는 일이 지독히도 혐오스런 일이 돼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더 많은 월급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비록 그것이 도움이 된다 할지라도 말입니다. 아이들이 "선생님들 차는 훔치려고 노력할 가치조차 없어요!" 하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아이러니가 아니라 사실입니다.
저는 분명히 말씀드리거니와 슈퍼 교사의 지위를 누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제 생각엔 우리 학교에서 저 대신 그러한 지위를 차지해도 될만큼 훌륭한 교사들이 적어도 10명은 넘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저는 제가 이룩한 성취에 대해 명예를 부여해 주고, 제가 살아가는 지역 사회 안에서 소박하게나마 인정을 받고 싶고, 제 자식들과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으며, 제가 가르치는 학교의 환경이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전문직 종사자로서 저는 제 일을 반성해보고 통합해 볼 수 있는 평화로운 시간을 바랍니다. 저는 정부가 주도하여 수많은 꽃들이 심어졌다가 시들고, 끝내는 애초의 목표나 목적, 백서, 성적 대조표, 교육과정에 관한 법령, 현행 법령들과 같이 제대로 돌보지 못해 죽어버리는 모습을 너무 많이 목격해 왔습니다. 저는 교직에 있으면서 여러 명의 교육부 장관들을 겪어보았는데, 오랫동안의 근무해서 받게 된 공로 메달처럼 전문직종에 걸맞은 상징으로 남은 것을 말하라면 절망과 냉소의 옷을 입을 수 있다는 느낌뿐입니다.
저는 제 직업이 무척 어려운 길이라는 통찰을 얻었습니다. 일부 정치인들과는 달리 저는 제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훌륭한 교사입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저는 제가 가르치는 교과목을 즐깁니다. 그리고 배우는 일에 경탄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정치가들을 다시 신뢰하게 되려면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입니다.
불필요하게 사라져버린 제 직업에 대한 소명감과 충성심을 되돌려 놓으려면 정부와 저희 학교의 경영자들은 저를 지원해야만할 겁니다. 은퇴하기까지 남은 몇 년은 꽤나 길고, 힘겨운 시간이 되겠지요. 만일 내가 교직을 떠날 수만 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그만 둘 것 같아요. 나는 부도난 우리 사회를 회복시키기 위해 막연한 자선행위 이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만, 글쎄요, 저에게 더 많은 희망이나 신념이 남아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출처 : http://www.ioe.ac.uk/koreansociety/work_7.htm
# by | 2008/08/18 22:51 | 스크랩 | 트랙백(1) | 덧글(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제목 : morphosis의 생각
자본주의 사회의 폐혜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어떤가....more